Archive for August, 2011

댄싱 위드 이봉주

August 10, 2011

요즘은 TV를 틀면 여기저기서 오디션 쇼를 볼 수 있다. 대부분 서바이벌 형태를 띠고 있다. 최고를 가려낼 때까지 경연자들은 경쟁에 경쟁을 거듭한다. 어떤 쇼는 아마추어들이 가창력, 춤 등 자신의 탤런트를 뽐내며 경쟁한다. (대부분 거액의 상금과 부상이 주요 참여 동기가 되어가고 있어 아쉬운 점이 많지만…) 어떤 쇼는 기성 스타들의 장기를 더 갈고 닦아 경쟁 시키는가하면 (나는 가수다, 불후의 명곡 등) 그들의 기존 장기와는 무관한 분야에서 경쟁해야 하는 키스앤크라이, 댄싱위드더스타 같은 쇼도 있다. 한국은 정말 오디션 쇼 천국이다. 공중파와 케이블 방송이 2000년대 중반부터 많은 리얼리티 쇼를 양산해 냈지만 2011년을 사는 우리들은 오디션 쇼를 보며 울고 웃으며 열광한다. 불후한 환경을 이겨내고 자신의 존재감을 증명해 내는 용자(勇子)들의 스토리는 이제 사뭇 진부하기도 하지만 여전히 눈물샘을 자극한다. 그리고 이미 자신의 분야에서 기량을 맘껏 펼치던 스타들이 새로운 기예를 배우고 적응하느라 쩔쩔매는 모습을 보며 “그들도 결국 지구인이었어”라는 진한 공감대를 형성하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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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봉주는 마라톤 스타다. 마라톤은 인간의 지구력의 끝을 보여주고 마지막 땀 한 방울까지 짜내야 하는 스포츠이다. 이런 인고의 과정을 지켜 볼 때마다 코끝이 시큰해진다. 한번쯤이라도 장거리를 뛰어본 사람은 2시간을 조금 넘는 시간에 42.195km를 뛴다는 것이 얼마나 힘든 일인지를 잘 안다. 아무리 마라톤 저변이 넓어졌고 더 이상 배고픈 러너들의 전유물이 아닐지라도 마라톤은, 그것도 선수급 마라톤을 뛴다는 것은 세상에서 가장 어려운 일 중 하나다. 재능도 인내력도 2시간 여 뛰다 보면 결승점을 바라보고 완주하는 순간만을 고대하는 고단한 한 인간을 발견할 뿐이다. 그런 그가 댄싱위드더스타(Dancing with the Stars)라는 서바이벌 스포츠댄스 쇼에 캐스팅되었다고 했을 때 무척 의외라는 생각을 했다. 마라톤 스타가 가슴을 풀어헤치고 현란한 몸짓으로 주어진 미션 춤을 (그것도 우리가 통상적으로 사교춤이라고 생각했던 야하기까지한 그런 춤을) 하나씩 완성해 나가는 모습을 꿈에서라도 상상할 수 있었을까? 이봉주는 유명 아이돌과 섹시한 매력으로 똘똘 뭉친 다른 스타들 사이에서도 유독 독특한 캐릭터를 형성하며 경연했다. 물론 1주일이라는 빠듯한 시간 안에 새로운 춤의 안무를 마스터하기란 무리였을까? 비전문가가 봐도 어색하고 엇박으로 보이는 스텝도 분명 있었다. (그것도 본방은 잔인하게도 언제나 생방송이다.) 하지만 이봉주 특유의 여유로운 미소와 끝없이 노력하는 모습은 “한 분야에서 확실히 무엇인가를 이뤄낸 사람은 틀려도 틀리다”를 강하게 느끼게 해준다. 운동 선수의 철저한 자기관리, 연습벌레 근성, 그리고 무엇보다도 육체를 지배하는 강력한 마음의 힘. 그것이 아마도 그의 마라톤 선수 생활과 post-마라토너의 삶을 이끄는 원동력이 아닌가 싶다. 우리는 평생 이봉주를 성공한 마라토너로 기억하겠지만 이봉주는 아마도 새로운 도전을 통해 20-30년 뒤에도 무엇인가 새로운 일을 아주 탁월하게 해내며 승승장구하고 있지 않을까?

이봉주 특유의 여유로운 미소와 끝없이 노력하는 모습은 “한 분야에서 확실히 무엇인가를 이뤄낸 사람은 틀려도 틀리다”를 강하게 느끼게 해준다.

우리 업계에서 즐겨 사용하는 용어 중 시리얼 앙트로프로너(Serial Entrepreneur)라는 말이 있다. 쉽게 말해 “구관이 명관이다”라는 말과 일맥상통하는 말이다. 어떤 분야에서 크던 작던 성공하던 실패하던 사업의 全사이클을 경험해본 사람들을 우리는 신뢰한다. 굳이 사업이 아니더라도 특출한 경험이 있는 사람들의 의지와 열정을 높게 평가한다. 사업계획서 단계에서 투자 의사 결정을 해야 하는 경우가 많은 것이 우리 업종의 특성이다. 이미 사업 사이클을 여러 번 경험해본 사람이 새로운 사업 계획을 들고 찾아 올 때 우리가 그들의 손을 들어 줄 확률이 높다. 그만큼 벤처 사업하는 사람들을 평가하는 잣대로서 그들의 과거 경험이 많은 것을 이야기해주기 때문이다. 우리들은 시리얼 앙트로프로너들이 개연성 높은 사업 계획을 실제로 실현하는데 보다 많은 기여를 할거라고 믿는다. A가 만든 지난 번 작품이 재미있으면 다음 작품도 왠지 흥미진진할 것 같은 그런 느낌말이다. 물론 놀랍도록 팀워크가 중시되고 불가항력적인 변수가 많은 사업 환경에서 우리들의 정량적 평가 항목을  대체할 수는 없겠지만 그래도 한 번 저질러 본 사람들은 뭐가 달라도 다르더라. 즉흥적인 흥미거리가 넘쳐나는 세상에서 뭔가 진득하게 자기가 좋아하거나 잘하는 분야에서 한 획을 그은 사람들은 그 경험을 토대로 다른 분야를 파도 대체로 잘한다. 피겨퀸 김연아를 울린 김병만님의 “달인적인 삶”은 물론 예외 중의 예외이겠지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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